공항면세점 와인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 파견나와 알게된 절친한 지인이 반 년 정도 우즈베키스탄을 떠나있게 되었단다.
이 친구 돌아 올 때 쯤이면, 아마 난 이곳에 없겠지...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건 아닌지...
지난 3년간 많이 정들었는데...
헤어짐이 있어야 또 다른 만남이 있다고들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싫다.
친한 교민 친구 몇이서 떠나가는 친구 환송식을 해주기로 했다.
모이기로 한 장소는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 한국식당 '마루'
날이 날이니 만큼 지난 번에 아제르바이잔 출장을 다녀오다
바쿠 공항에서 사온 와인들을 모두 들고 나갔다.
식전주로 깔베 그라브 화이트 2006
이넘은 타쉬켄트 쇼핑센타에서 우연히 발견해 사두었는데
이곳 상점들의 보관 상태가 시원치 않아
오픈할 때 기분이 항상 조마조마하다.
저렴한 와인이니 오늘은 조마조마 할 필요가 없지...^^
칠링을 사전에 잘 해둔 덕택으로
꽉 조이는 산미는 아니지만 식욕을 일으키기에는 충분한 산미와 푸른사과 향...
우선 굴 보쌈을 시켰는데
너무 갑작스런 모임이어서
돼지고기 편육을 삶을 시간이 없어
그냥 삼겹살을 구어 달라고 했다.
굴은 어제 한국에서 직송한 굴을 사용...
구운 삼겹살에 눈이 갈 때 쯤...
니뽀자노를 열었다.
그래도 바쿠공항 면세점에서 산 건데...
아이고... 콜크에 오프너 스크루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말라 있다.
이거 망쳤네...
향은 그런대로 산지오베제의 체리향과 담배잎 냄새가 나는 듯 하지만
입에서 탄닌이 알알이 씹힌다.
늘어진 산미에 물을 탄듯한 어정쩡함...
친구들은 그래도 여기서 이태리 와인이 어디냐며 잘 마셔준다.
심지어는 구운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며 칭찬을 한다.
애고 미안해라...
드디어 오늘의 메인인 '마루'의 인기 메뉴 '닭날개 종합 스테이크'가 나오고...
12시 방향이 닭날개
2시 방향이 돼지불고기
5시 방향이 돼지갈비
7시 방향이 닭똥집
10시 방향이 닭다리 (종아리 ^^)
맛 좋~다.
와인이 망가져서 그렇지...
오늘의 하이라이트 와인 루첸테를 열었다.
완전히 망했다.
이넘 콜크도 고목나무다.
새공기가 들어가 다 망쳐 놓을 것은 자명한 일...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니뽀자노 보다는 좀 더 임팩트가 있었다는 기억...
멀리 떠나가는 친구에게 좋은 와인을 대접하지 못한 마음이...
친구여, 잘가라.
자네 같이 좋은 친구를 이 먼나라에서 만나서 행복했다.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이 메일로 연락하는 것 잊지 말고!
다시는 공항면세점에서 와인을 사지 않으리라 또 다짐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서성이다 보면 또 사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