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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편지

지상헌 2010. 10. 1. 11:00

가을편지 - 최석우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씌어진 작별이라

새삼 물기 어린 언어들은 동봉하지 않습니다

다만,

푸르고 잔잔하게 흐르는 아침 강과

홀로 떠나가는 작은 새를 보냅니다

잎이 떨어지고 있는 자작나무 그루 보냅니다

코스모스 흐드러져 있는 흙길과

시집 갈피에서 말린 잎사귀들을 보냅니다

절망의 우물에서 길어낸 새벽기도를 보냅니다

당신의 손을 잡고 넘어 가파른 산도 보냅니다

이제 버려야 당신 안의 이름과

안의 당신 이름을 함께 보냅니다

 

천년의 주문으로 봉인해서 당신의 가을에 묻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