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만들어 가기
와인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런 저런 와인이벤트와 동호회에서 자주 뵙게 되는 분들이 있다.
존경하는 대 선배님들도 계시고, 샛별 처럼 떠오르는 후배 분도 있다.
그 분들과 편하게 모임을 가졌다.
모임을 시작하는 건배의 와인 색상이 대단하지 않은가?
윤기 흐르는 황금색
모인 분들의 연륜과도 같다.
그 주인공은
참석하신 모든 분들이 진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왜 전혀 못 느끼지? 약하게 느껴지는데...
어제의 과음 때문이리라.
혓바늘이 돋고, 목도 아프고..
몸이 말이 아니다.
두 곳으로 나뉘어 개최 되었던
Bordeaux Grand Cru Gala Dinner 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인터넷 와인동호회에 대한 이야기...
내가 아는 이야기가 나오니까 정신이 나나 보다.
이제까지 약하게만 느껴졌던 놈에게서
진한 사과 향이 올라온다. 뒤에 토스트, 치즈...
산미도 좋네,,,
도톰한 질감은 물론 감미와 산미가 길게 이어지는 여운 또한 좋다.
테이스팅 노트를 쓰자고 한게 아닌데 이놈의 버릇...
내 입장에서는 좋은 버릇이지만..ㅎㅎ
어느 회원님 말씀대로 즐겁게 이야기 하기 위한 자리다.
이 소박한 만찬을 나누면서 가슴이 뿌듯해 오는 이유는 뭘까?
이제까지 거리를 두고 어떤 필요에 의해서만 만나 오던 분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분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게 되면서
오랜 사회생활에서 '나'를 지키기 위해 잘 열지 않았던 '친구 만들기'의 문이
서서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열리고 있음을 느낀다.
절정의 와인들이 아니라 오히려 소박한 daily wine 들이다.
소박함과 가슴의 따뜻함은 항상 같이한다.
'나'를 지킨다는 강박관념에 눈이 가려, 보지 못했던 부분들을 보면서
내 인생에 와인이 가져다 준 많은 선물들을 생각해 본다.
아내와의 행복, 건강, 친구...
내가 선물 받은 것들을 아직 누리지 못하는 분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껴진다.
연일 계속되는 음주에 얼마나 힘들겠냐면서 회원님이 주신 해독제(?)이다.
가슴이 따뜻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