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도미회와 Vulcaia
일요일 마다 점심메뉴를 정하는데 거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맛대맛' 프로에서
삼식이 매운탕이 온 식구들의 입맛을 당겨 대었다.
얼마전에 이웃분 덕분에 알게 된 노량진 수산시장 '성도수산'이 생각나
모두 외출 준비를 하라고 했더니, 작은 놈이 감기로 열이나서 나가기 싫단다.
작은 놈을 빼 놓고 나가려니 모두들 영 마음이 내켜하지 않는다.
"내가 가서 회하고 매운탕 거리 해 올테니 기다려."
성도수산 황사장님께 전화로 미리 주문하고 가서
수산시장에 도착하자 마자 인사는 하는둥 마는둥,
주문한 회와 매운탕거리를 받아들고 집의 식구들을 향해 다시 출발했다.
황사장님, 미안해요!
참도미 회다.
고소한 생고추냉이도 잊지 않고 넣어 주셨다.
언제나 처럼 구석구석 회를 떠 주셨는데
지느러미 살까지 놓치지 않으셨다.
와인은 이태리 베테토의 소비뇽블랑 와인 VULCAIA를 골랐다.
신세계의 소비뇽블랑은 좀 너무 진한 면이 있어서 회의 맛을 망가뜨릴 것 같아서 피했다.
잔잔한 개스가 보일 정도로 신선함을 보였다.
기대했던 대로 너무 진하지 않고 산미도 너무 튀지는 않는다.
아마 100% Sauvignon Blanc을 100% Stainless 통 발효를 한 때문이리라.
약간의 감미가 느껴지는 Vulcaia는 담백한 참도미 회와는 훌륭한 파트너이다.
회의 맛을 좀 더 확실히 보기 위해서 다른 양념없이 약간의 고추냉이와 같이 먹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먹으면 와인 맛도 훨씬 살아난다.
감기로 고생하고 있는 작은 아들이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던 매운탕 순서이다.
식구들에게 감기를 옮기지 않겠다며 작은 놈이 매운탕 그릇을 따로 썼는데
내용물이 얼마나 많은지 다음 식사에 먹을 만큼을 남여 두고도
냉면그릇 만한 그릇을 가득 메운다.
저기 보이는 국물의 걸죽한 외모가 다소 느끼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했는데,
걸죽함이라기 보다는 부드러운 질감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고,
매운 정도도 적당하여 맛을 시원하게 느끼게 한다.
"평생 이렇게 맛있는 매운탕은 처음이야"라는 작은 놈의 말에
"많이 먹고 감기 빨리 나아라"하는 집사람 대답에서 깊은 모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