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장의 결혼식

지상헌 2006. 3. 5. 19:12

 

토스카나 와인동호회 김광유 회장의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

서한정 선생님을 비롯하여 국내 와인업계의 중요인사들께서 많이 참석하셔서

김광유 회장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 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광유 회장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실한 카돌릭 신자인 김광유 회장은 의정부의 한 성당에서 경건하게 치뤄졌습니다.

신부님께서 신랑 신부에게 '뽀뽀'를 하도록 주문하셔서 하객들을 즐겁게 하셨어요.^^*

 

신랑의 아버지께서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신 피로연에 참석하여 배를 불리고

늦지 않게 서울로 돌아오기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 칠 수 없죠.

 

 

집사람하고 저하고 심각한 부부싸움 뒤에 마지막으로 한 잔 하자고 나서서 마시는 와인입니다.

'볼레이? 안볼레이?'

집사람이 붙인 닉네임인데 잘 어울리죠?

몽띨의 AOC 2002, 보석 같은 루비빛의 와인이에요.

 

내 식구가 결혼한 것도 아닌데 왜 기분이 '시원섭섭'한지...

 

올 해는 Bourgogne 와인을 신경써서 마셔 보자고 다짐해서 그런지

혀에 착착 붙어 오네요.

'빨리 마시지 말고 기다려야 하는데'

속으로 몇 번을 다짐 했지만,

아직 열리지도 않은 와인을 거의 벌컥 벌컥 마시는 수준...

 

흠~ 선물 받은 고급가죽지갑의 포장지를 뜯어 내고나서 막 느끼게 되는

그 기분 좋은 가죽냄새...

입안에서 일어나는 체리향의 아로마..

깔끔하고 젤리같은 질감...

목 저 뒤까지 시원하게 밀고 나가는 정갈한 산미..

계속해서 침을 고이게 하는 멋진 여운...

 

 

순식간에 끝나가는 '볼레이 안볼레이'^^* 를 뒷받침하기 위해 등장한 와인

'옥시 뒤레스 2002'

도멘 훌로는 처음 마셔 봅니다.

아까 마신 볼레에 비하면 거칠기는 하지만

마시면 마실 수록 볼레이와는 또 다른 든든한 힘을 느끼게 됩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또 의정부까지 다녀 와서 그런지

집사람은 벌써 많이 피곤해 하네요.

하지만 이제 저와 와인을 늦게까지 마시는데 어느 정도 이력이 났는지

잘 따라 옵니다.

 

 

정말 이 두 놈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맛배기로 교수님이 쏘신 '끌로 앙리 피노누아 2004'

뉴질랜드 산 피노 답게 미네랄이 풍부한 진한 맛이네요.

약간 까칠한 탄닌도 특색이 있구요.

 

 

윽~ 와인은 다 끝나가는데 안주가 남았네요.

그냥 갈 수 없잖아?

 

 

뭘 마시지?

자꾸 크뤼그 1990 이 눈에 들어 오는데.... 큰 일 나지.. 그냥 지나가고,

죠~기 위에 자끄송 꾸베 729로 갑니다.

 

 

덤으로 치즈 한 덩이리 더 선물 받고...

 

 

먹음직 스럽게 생겼죠?

 

 

피곤한데다가 앞에 마신 와인들의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덤덤했어요.

그런데 샴페인이 좋은 점이 바로 이거다 하고 말해주듯이

깔끔한 탄산이 혀를 살려 내 주면서

점점 사과, 치즈 등의 아로마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군요.

아직 묵직하니 닫혀 있는 느낌을 떨쳐 낼 수 없지만

회복 되어 오는 감각과 함께 천천히 즐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one for the road'로 교수님이 내어 주신 '클레멍 드 루아르'

짙은 과일향, 특히 농익은 사과향과 맛이 인상적입니다.

입을 즐겁게 하는 오래는 아니지만 힘찬 버블도 좋구요,

중급 스파클링 와인을 넘어서는 좋은 품질임에 틀림없어요.

 

예식에 지친 회장은 첫 날 밤에 샴페인이나 마시고 있는지 모르겠네요.ㅎㅎ

 

광유씨가 결혼하는데 우리가 왜 이렇게 많이 마셨죠?

집에 돌아오니 새벽 2시네요.

집사람과 '다시는 이렇게 늦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

 

광유씨,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많이 많이 낳으시고,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백년해로 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