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Event

Paolo Scavino를 음미하다.

지상헌 2007. 2. 28. 05:00

예전 신사동 가로수길 '샤또21'을 리노베이션한  '라-떼르21'에서 시음회가 있었습니다.

 

 

전엔 샤또21의 소주주 중에 한 사람이었어서 가끔 들렸었는데

주인이 바뀐 후로는 첫 방문이었습니다.

  

벽의 타일은 옛것을 그대로 두었지만 ,

전체적으로 소품과 테이블, 의자들을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하고

 

기존의 와인셀러 외에 진열장을 추가하여 더욱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되었어요.

 

벽에 걸린 금속공예가 너무 멋지지 않나요?

 

잘 준비되어 있습니다.

Robert Parker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와이너리 140개 중에 하나로 꼽았다는 Paolo Scavino,

게다가 WS 99점의 Annunziata와 93점의 바롤로가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바심이 나서 행사에 늦게 도착하는 손님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 

 

1번 와인, Paolo Scavino Dolcetto D'alba 2005

가격적으로는 두 번째이지만 탄닌이 부드러워서 제일 처음으로 시음하기로 했습니다.

 

지역 : Castiglione Falletto

품종 : Dolcetto 100%

알코올 : 13%

등급 : DOC

수령 : 25~45년

숙성 : 병입 전 7~8개월 스테인레스 스틸 통에서 숙성

 

보랏빛이 비치는 거품, 투명도 좋은 자주 빛에 윤기 上

베리류, 복숭아 등의 새콤달콤한 향이 즐겁습니다.

첫입맛에 오크의 진한 질감이 없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산미도 깔끔하고 탄닌도 너무 과하지 않게 입천정을 두드리고

도톰한 질감이 약하지 않은 바디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7~8초의 여운도 괜찮습니다.

대략 2시간에서 3시간 정도는 제 맛을 유지하는 중상급의 와인입니다.

 

오크를 사용해서 너무 진하게 만든 돌체토 와인들 보다는 훨씬 마음에 듭니다.

어린 와인이지만 브리딩 없이 그대로 마셔도 좋고

과일향과 깔끔한 산미가 마시는 사람의 기분을 즐겁게 만들어 주는 와인이네요.

샾가격이 5만원 후반에서 6만원 초반으로 형성되는 것 같습니다.

 

Paolo Scavino Rosso da Tavola 2005

 

지역 : Castiglione Falletto, La Morra, Barolo

품종 : Barbera 25%, C/S 10%, Dolcetto 25%, Nebbiolo 40%

알코올 : 13%

등급 : VDT

숙성 : 5~6개월 오크통 숙성 후 스테인레스 스틸 통에서 블렌딩해서 병입

 

1995년 빈티지가 첫 빈티지라는데 디켄터에서 브리딩하지 않고 그냥 서브된 것을 시음하니

과일향에다 피냄새, 매운 허브 등... 잘 어울리지 않는 향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시음을 하니 와인이 전혀 열리지 않아 도데체 무슨 와인인지 모르겠더라구요.

 

모두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중간에 드문드문 상태를 체크 했습니다만, 대략 1시간 후 부터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피에몬테의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은 모두 넣었고 거기다 C/S까지 섞었으니

이 와인의 정체성을 찾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시간이 갈 수록 점점 좋아지더군요.

 

자극적인 향도 사라지고 미끈미끈하기만 했던 질감도 두툼하게 살아나구요

입안에서 과일의 아로마가 제대로 일어나면서 화려한 와인으로 변신합니다.

이태리 와인답게 산미도 훌륭합니다.

블렌딩 와인답게 시간대 별로 변화하는 모습도 재미있네요.

전체적으로 강한 와인이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샾가격은 대략 5만원 안팎 선이 될 것 같습니다.

 

집에 한 두병 두고 스테이크 해 먹을 때 같이 마시면 좋을 것 같아요.

 

Paolo Scavino Barolo 2001

 

지역 : Castiglione Falletto, Barolo

품종 : Nebbiolo 100%

알코올 : 14.5%

등급 : DOCG

수령 : 50 ~ 60년

숙성 : 대형 French 오크통에서 12개월

WS : 93 pt

 

Falletto와 소구역 Barolo의 몇개 밭에서 수확한 포도들로 주조한 와인들을 블렌딩하여 만들어서

일반 DOCG Barolo 등급이지만 아주 개성이 강한 와인이라는 설명을

듣고 시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음전에 1시간 30분 디캔터에서 브리딩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맑지만 나름대로 진한 명도의 자주, 아주 투명도가 뛰어납니다. 반짝임도 아주 좋고요.

강한 알코올 때문인가요? 한참 지나서야 림 주변에 고른 굵기의 눈물이 형성됩니다.

 

말린 장미, 말린 자두, 체리, 베리...허브 나중에 약하게 아몬드쵸콜릿...

처음의 깔끔한 질감이 입안에서 혀를 조이는 드라이하고 강한 탄닌으로 바뀝니다.

색깔과는 전혀 딴판으로 풀바디의 징조를 보입니다.

요즘 찾아보기 힘든 남성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어요.

아직 너무 단단해요.

 

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약 30분 뒤 부터 와인이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탄닌이 부드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정갈한 산미와 강한 알코올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감미,

입안에서의 과일 아로마들이 아주 멋진 밸런스를 만들어 갑니다.

여운은 정말 길고 길어요. 계속해서 침샘을 자극하여 입안이 흥건합니다.

그러면서도 힘을 갖춘 멋진 남성미를 보입니다.

 

정말 맘에 들어요.

계산에 의하면 와인을 오픈한지 약 2시간 부터 맛이 좋아지기 시작해서

2시간 30분쯤에 절정을 보였습니다.

그 뒤에는 다 마셔서 어떻게 변하는지 보지 못했어요. ㅎㅎ

 

가격이... 좀 셉니다만 값을 한다고 봅니다.

통관 중이라고 하셔서 당연히 몇 병 예약했지요.

 

 

Paolo Scavino Rocche Dell' Annunziata Barolo Riserva 2000

 

지역 : Rocche Annunziata, La Morra

품종 : Nebbiolo 100%

알코올 : 14.5%

등급 : DOCG (Riserva, single vinyard)

수령 : 65년

숙성 : 12개월 French 작은 오크통 + 24개월 French 큰 오크통 + 다시 스테인레스통 6~7개월

         한 후 병입

생산량 : 연간 2,500병

WS : 99 pt

 

2시간 20분간 디켄터에서 브리딩 후 서브 되었습니다.

 

난처하게도 Annunziata가 서브되기 직전에 메인음식인 스테이크가 서브되어서

음식 냄새 때문에 시음이 어렵습니다.

3분도 걸리지 않아 스테이크를 뚝딱 치워버리고 다시 시음으로 들어갑니다.

 

아까 바롤로 2001 보다는 좀 더 걸쭉한 느낌의  점도를 보입니다.

멋진 루비 빛에다 윤기도 좋습니다.

 

제비꽃, 바닐라 크림, 석류, 미네랄, 알코올...

화려하네요.

첫 모금을 머금어 보았습니다.

 

와인스펙테이터 99점? 샾가격 50만원?

음~ 아직 모르겠어요.

다시 바롤로 2001로 돌아가서 한 모금해 보고 나서 Annunziata를 시음하니,

아 ~ 정말 대단해요.

맛의 집중도가 훨씬 높네요.

하지만 바롤로 2001 보다 탄닌이 훨씬 부드럽고 우아하네요. 여성적이에요.

 

이런 걸 완벽한 밸런스라고 하나요?

아니면 맛의 완성도가 절정에 다달았다고 해야 하나요?

맛의 구성요소들을 분리해서 설명할 수 없어요.

제가 취했나요? ㅎㅎㅎ

여성스러우면서도 구조를 제대로 갖춘 풀 바디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뛰어난 맛의 집중도 때문에 여운 또한 대단한 길이를 보입니다.

당연히 엄청난 침을 유발하는.... (음식을 앞에 둔 강아지 처럼...^^)

정말 이런 와인을 마실 수 있다니, 저는 행운아입니다.

회비가 아깝지 않네요.

 

 

 

 

 

 

옛날 샤또21의 그 작은 주방과 바뀐 것이 없는 시설로 

어떻게 저런 음식을 만들어 내는지 저절로 박수가 나오더군요.

 

물론 Annunziata Barolo Riserva가 좋긴 좋죠.

완벽한 밸런스와 완성도라고 해야 옳겠죠.

하지만 가격이 거의 제 월용돈과 맞먹어서리...

이놈은 친구들하고 작당해서 일년에 한 병 마셔야 할 와인이구요,

 

저는 이 녀석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어요.

남성미 넘치는 힘의 와인...

시간이 흐르면서 자비심과 포용력을 갖춘 너그러움을 보이는 멋진 와인.

분기에 한 병은 꼭 마시리라 결심하고 예약했지요.

 

회비 8만원에 Paolo Scavino의 최고의 와인들에다 이 정도 음식이면 정말 저렴한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요즘 너무 바빠서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가지 못한 것이 안타까워요.

물론 8만원이 싸다는 말씀이 아니고 행사의 질에 비해 저렴하다는 겁니다.

제게도 8만원 짜리 행사는 한달에 한 번 가기가 벅차죠.

 

 

저 한테 와인 4잔이면 조금 부족하죠?

시음회가 끝나고 지인들을 충동질(?)하여 한 병 오픈했습니다.

Brancaia Ilatraia 2002

 

지역 : Maremma Toscana

품종 : C/S 60% + Sangiovese 30% + Petit Verdot 10%

등급 : IGT, Super Tuscan

숙성 : 50% 새 오크통, 50% 중고 오크통에서 16~18개월간 숙성, 병입 4개월 후 출시

WS  : 92 pt

 

디켄터에서 브리딩을 1시간 정도 해서 마셔야 좋을 줄 알지만, 시간관계로...ㅠㅜ

 

아주 진한 자주 빛, 윤기가 훌륭합니다.

 

베리류의 과일향에 오크에서 오는 바닐라와 코코아향... 고소합니다.

두툼한 질감에 입안을 꽉 채우는 탄닌..

입안을 꽉 채우는 탄닌이 부드럽고 혀에 걸리지 않는 정갈함도 갖고 있어요.

탄닌과 함께 구조를 만들어 주는 산미는 수퍼 투스칸답게 바탕을 잘 만들고 있습니다.

확실한 'full-bodied'입니다.

 

여운 역시 앞의 와인들 못지 않게 좋습니다.

앞의 바롤로들 보다 걸죽하고 고소한 여운....ㅎㅎㅎ

 

도데체가 말이죠, 이 놈의 식욕은 어떻게 다스려야 합니까?

손님 셋과 같이 했는데 제가 다 먹었다는 거 아닙니까~ ^^*

 

 

최고의 바롤로를 마시고 최고의 수퍼 투스칸으로 마무리 지은 저녁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회원님들께 좋은 정보 하나 드립니다.

'라-테르 21'에서는 이번 3월 (어느 날 부터 어느 날까지인지는 모르겠네요.)

오후 6시 부터 7시까지 오셔서 주문하시는 손님에 한 하여

행사와인으로 리스트 되어 있는 와인들을 반 값에 드린 답니다.

상세한 사항은 전화 02-549-8837로 문의하세요.

 

Brancaia Ilatraia 2002는 .... 당연히 ....포함입니다. ^^*

시간의 제약이 있기는 하지만 압구정, 신사동, 일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께는 희소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