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하고 난 뒤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이 한달이 넘어 시간이 지났다.
이제 조금 여유시간이 생겨 동호회의 글들을 읽다가
오랜만에 보졸레 누보 시음기를 발견하고는
참으로 이상할 정도로 큰 반가움을 느끼게 되었다.
7~8년 전 요란스런 행사로 치루던 보졸레 누보 파티들...
해가 바뀔 수록 시들해졌지만..
그 해의 새 와인을 만나는 중요한 기회로
파티에 참석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족과, 친구들과 맛 보곤 했었지.
보졸레 누보의 의미?
상업적인 기획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가 매해 초겨울에 온 가족이 모여 김장을 담구듯이
새해 포도로 담군 포도주를
와이너리의 식구들, 친지들, 와이너리의 팬들이 모여
새 와인을 축하하며,
담군 와인이 잘 익도록 축원하며,
부라보를 외치는 이 파티는
비단 보졸레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집에서는 보졸레 누보를 '김장겉절이'라고 별명을 부른다.
이웃과도 나누어 먹는 김장겉절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음식이 아닌가.
대전에 혼자 내려와 있기 때문에 가족들과 같이 나누지는 못하지만
혼자 먹게된 오늘 저녁은 2010 '김장겉절이'와 함께 하리라고 마음 먹고
홈플러스에 들렸다.
와인코너를 열심히 돌아 보았지만,
보졸레 누보는 딱 한가지 이놈만 있다.
죠르지 뒤빠프 보졸레 누보 2010
가격: 25,000원 (전보다 약간 올랐나?)
전에는 마트에 여러 생산자들의 보졸레 누보가 진열되어 있어
고르는 재미도 있었는데...
보졸레 누보의 인기도 시들해지고
금년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상태도 그렇고 해서
많이 들여 놓지 않는 모양이다.
어쨋든, 내가 난생 처음 마셔본 보졸레 누보도 죠르지 뒤빠쁘 였스니
기쁜 마음으로 주저없이 한 병 집어들고는
보졸레 누보와 같이할 음식을 찾는데,
"초밥 50% 할인이요!"라는 아주머니의 외침(?)이 들려온다.
가메와 초밥?
실패할 때를 대비해서 과일을 조금 사서 숙소로 향했다.
경부선 대전IC 못미처 용전동 소재 알프스 모텔.
친절한 주인께서 무료 발레파킹도 해주시고...
방 따습고.. 물 잘나오고... 컴퓨터 잘 되고..
휴대폰 충전기가 완비된..ㅎㅎㅎ
무엇보다도 러브호텔 동네에서는 드물게 조용해서
요즘 고정적으로 투숙하고 있다.
혼자 먹는 저녁식사가 이정도면 OK 아닌가...
죠르쥐 뒤빠쁘 보졸레 누보의 스크루 마개는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공급해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 수 있고..
빨리 마셔버릴 와인임으로 저장에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생각보다 색상이 진하다.
보라 빛이 도는 맑은 루비..
새 와인이라 윤기는 아주 뛰어나다.
1st nose, 햐~ 오랜만에 맡아보는 가메의 꽃향, 과일향~
너무 화려하지는 않으면서 기분 좋게 다가와 마음에 든다.
2nd nose, 내 참... 방금 만든 와인에 무슨 2nd nose가 있으랴만은
습관 처럼 스월링을 꽤 하고 다시 코로 가져갔다.
야~ 새콤한 포도... 메론... 이게 무슨 꽃냄새더라.. 아카시아?
약간은 스파시한 향도 비친다.
한 모금 입안에 굴리니,
깔끔한 산미에 여린 탄닌이 잘 어울린다.
향만 아니면 빠스뚜그랭인줄 착각하겠다.
정갈하고 즐거운 뒷맛도 괜찮고..
잘 넘어 간다!
생선초밥의 새콤한 맛과는 괜찮은 조화를 보였지만
김.. 날치알.. 등 맛이 진한 식재료와는 별로...
초밥 10알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어라 벌써 반 병 마셨네.^^
첫번 디져트 바나나와 맞추어 보니
꽤 잘 어울린다.
두번째 디져트 귤과는 별로...
귤의 산미와 맛이 진해서리...
애고 벌써 다 마셨네...
즐겁게 마시는 와인으로 이만한 게 없겠다.
단, 더운 식사와는 별로 맞지 않을듯...
한 병 더 사두었다가
주말에 집에 가면 집사람과 같이 나누어야겠다.
Tip: 휴대폰 사진기로 자주 찍어 봐야겠다.
사진이 수전증 걸린 사람이 찍은 것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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