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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즈 마지막 만찬

갑작스런 전화를 받고 많이 놀랐다.

 

"7월 2일까지만 영업하고 폐업할 예정입니다."

가뜩이나 불경기로 모두들 힘들어하고 있는 이즈음이라

김솔이 사장의 회한 어린 목소리는 더욱 어둡게 들려졌다.

 

"하지만 몇 달 뒤에 다른 자리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이게 될 거에요.

박찬일 셰프는 일단 요리가 아닌 가업에 열중하게 될 모양이에요."

 

몇몇 지인들과 같이 버블즈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즐기기로 했다.

 

4명이 도착하니 박찬일 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홀 근무자들이 건제 주는 메뉴를 보려니까

"제가 생각해서 음식을 내 볼께요"라며

박찬일씨가 주방으로 사라졌다.

 

샴페인을 주문하고 샴페인이 칠링되는 동안


 


이 놈을 홀짝 거렸다.
왜 이리 맛있게 느껴지는지..
맛있다기 보다는 괜히들 다운 되어 끈끈하다고 느껴지나?
 
 


 


오늘 음식들은 이름이 없다.
사진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샬짝 얹어진 말린 생선알 슬라이스가
자칫 평범할 수 있는 음식을 특별한 별식으로 만들어 준다.
 
 


 


생선이 무슨 생선인지 모르고 먹기 시작했다.
단지 캐비어와 샴페인의 조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아직 칠링이 끝나지 않은 샴페인을 서둘러 개봉했다.
 
 


 


이 아름다운 버블의 주인공은
 
 


 



 


 

생선살에 대해 같이 간 지인들과 정체를 밝히려는 토론이 진행되었다.

일단 향 때문에 모두 메리네이트 한 생선이 아니고 훈제한 것이라는데 동의하였다.

그런데 무슨 훈제 생선의 살이 이리도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말인가?

샴페인과의 기가막힌 어울림을 집사람은 거의 넋 나간 사람처럼 즐기고 있다.

오래간만에 보는 집사람의 식탐이다.

 

박찬일씨의 설명으로는 '근친상간'이라는 표현을 쓰는 방식의 요리라는데

철갑상어 필레에 캐비어를 얹은 것이란다.

 

온갓 찬사를 받으며 다음에 제공된 요리는

 


 


오늘 사진기도 분위기 파악이 되는지 되게 않찍힌다.
 
내사랑 카르파치오, 그것도 박찬일 셰프의 작품.
샴페인과도 무척 좋다.
입에 넣고 부드러운 질감과 맛을 볼라치면 어느새 녹아 없지는...
 
 


 


"세상에" "세상에" 모두의 계속되는 감탄사다.
가리비를 가지고 무슨 장난을 한 거야?
샤프란도 보이고....
 


 


샴페인이 부족하다.

 

"오늘 많이 마실 것 같은데 기왕이면 매그넘으로 시키자."

단 1초 만에 만장일치로 결정한 와인

 


 


 

모두 "다음 음식은 뭘까?" 궁금해 하는데

 


 


아~ 오늘 정말 사진기가 문제다.

 

쭈꾸미 튀김이다.

쭈꾸미도 쭈꾸미이지만 튀김 옷에서 모두 넘어졌다.

바삭거림이 살얼음을 씹는 듯한 느낌이다.

 

각 일병의 양으로 와인을 마셔대는 데다 음식도 이리 많이 먹는데

아무도 배부르다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

 

이윽고 하이라이트


 

그냥 라비올리가 아니다.

다금바리 살이 속으로 들어가고,

소스는 게살 소스.

거기에다 뵈브클리코 매그넘으로 반주를 하고...

 

세상에 몇 명이나 이런 호사를 떨어 보았을까?


 


주는대로 싹싹 해치우는 우리를 보며 박찬일씨가 질문을 한다.
"뭘 좀 더 해드릴까요?"
우리는 마치 둥지속의 어린 새들이 어미 새에게 하듯이
이구동성으로 "네~~"
그리고 나온 새우구이
 
내가 생각해도 너무 잘 먹는다.
"아무래도 음식 나오는 모양을 보니 꽤 가격이 되겠는 걸?
이번 달 용돈은 당신이 좀 도와줘야해."
배시시 웃는 집사람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갑자기 소란스러워지며 버블즈의 마감을 아쉬워하는 많은 지인들이 들어왔다.
 


 



 



 



 


신동 이대표께서 버블즈와의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자리에 좋은 와인을 기증해주셨다.
모두 버블즈에서의 재미있었던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밤 늦는 줄 몰랐다.

 

 


제행무상이라.
삼라만상이 모두 결국 변하고야 만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탄생이 있다.
 
지금 버블즈는 사라져 가지만
김솔이 사장의 멋진 변신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박찬일 셰프의 새로운 성취를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