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옵는 선배님의 호출로 POSCO 빌딩 16층(?)에 있는 중국집
Phoenix의 음식을 먹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디자인이 은은하고 멋있네요.
제가 꽃에 문외한 이어서 그런지 초록색 국화는 처음 봤어요.
생화인지 몇 번이나 확인하니까 웨이터 분께서 웃으시더군요.
은은한 Phoenix 디자인과 분위기를 맞추듯이 자스민차도 은은하게 다려 내었더군요.
우선 와인을 골라야죠.
꽤 두꺼운 와인리스트를 죽 훑어 보는데
눈에 딱 들어 오는 놈이 있었어요.
Les Pelerins Lafon-Rochet 2000, St.-Estephe
St.-Estephe Grand Cru Classe 4등급 Chateau Lafon-Rochet의 2nd Wine.
지난 추석에 다 소진 되어 2001 빈티지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2000을 주시네요.
가격은 70,000원, 호텔급 레스토랑의 가격으로는 reasonable 하다고 봅니다.
소비자가는 아마 40,000원 안팍의 가격일 겁니다.
온도도 좋고, 상태도 좋고, 진하지는 않지만 꽤 밸런스도 좋았습니다.
1시간 40여분의 식사시간 동안 향이나 맛에 큰 변화 없이
정갈한 분위기를 지켜 가더군요.
추석전에 젤에서 이제춘 사장님과 같이 시음할 때도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었지만,
맛의 깊이와 집중도에서 약간 부족하다고 해야할까?
밸런스와 정갈한 측면에서는 Ch. Lafon-Rochet에 버금 갈 정도에요.
콜레스테롤 치료 중인 친구를 위해 세트메뉴 대신 요리를 주문하기로 했지요.
산라탕
해삼과 삼겹살
돈 내고 먹는 군만두는 정말 오래간만이다.
이제까지 서비스로만 먹었는데, 역시 돈을 내는 요리다 보니 깔끔하게 튀겨졌다.
소고기와 아스파라가스
북경오리
진해 보이죠?
그런데 아주 담백해요.
이 집에서는 이 요리가 가장 강한 맛을 내는 가 보다.
껍질를 제거하고 남은 살로 오리살볶음
대체적으로 담백한 맛을 내는 이 집의 요리들은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해서
담백하고 은은하고 약간은 매콤한 맛을 만든 것 같아요.
요리와 함께 나온 짜샤이등의 밑반찬들도 너무 짜지 않게 담백한 맛을 내더군요.
아주 뛰어난 음식은 아니지만 흠 잡을 데 없는 즐거운 식탁이었습니다.
Les Pelerin Lafon-Rochet 2000의 깔끔한 맛이 요리와 잘 어울렸습니다.
더 진한 와인을 주문했더라면 음식의 맛이 죽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 와인 dinner용 와인으로 '강추'입니다.
Phoenix의 서비스는 노련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이 느껴지더군요.
전체를 보는 눈이 조금 더 필요한 것 같았어요.
차분하게 식사하는데는 안성 맞춤인 집 같습니다.
저기 군만두 결국 식사대를 선배님께서 지불하셔서 또 서비스로 먹은 셈이네요.ㅎㅎㅎ
선배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