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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걸뱅이 샐러드 - 타지키스탄 사무실

 

감사위원회 사무실에서 회의 마치고 돌아오니

오늘은 조금 이른편인데도 벌써 저녁 8시가 넘었다.

 

저녁 끼니를 때우려고 사무실 주방에 들어갔더니...

다른 방들은 다 전기가 들어오는데 주방만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후잔드에서 전기 없이 어떻게 저녁을 해 먹는담... 으이구

밥통엔 찬 밥도 없네..

안젤라 아줌마가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밥도 해 놓지 않고 갔나 보다.

 

배고프면 잠도 오지 않으니 뭘 먹긴 먹어야지...

 

깜깜한 주방에서 이것 저것 모아 사무실 회의탁자에 모아보았다.

 

 

 

참치통조림 1 개

토마토 2 알

마늘대 2 뿌리

작은 양파 반 개

고수 1 단

밀감 1 개

점심에 남은 케피르 한 공기

빵 조금....

 

이게 다야?

뭘 만들어 먹지?

김치도 떨어져 없고,

마늘도 없고,

레몬도 없고... ㅠㅜ

 

 

일단 참치캔을 열어 그릇에 쏟아 놓고

(샐러드 바울을 '산다 산다' 하고서는 3년이 다되어 가네)

 

 

적당한 크기로 자른 마늘대와 양파를 얹고..

 

 

토마토 두 알 모두 적당한 크기로 썰어 얹고..

단 맛 좀 나라고 밀감도...

 

 

다듬은 고수를 듬뿍 얹은 뒤...

 

 

레몬이 없으니 신맛을 내기 위해

냉장고에서 찾아낸 유자차를 조금 얹고...

올리브 오일 3 큰술, 소금, 후추 간을 하고..

 

 

마구 비벼 놓으니...

 

요렇게 맛있어 보이네...ㅎㅎ

 

이걸 무슨 샐러드라고 불러?

토마토참치고수양파마늘대밀감유자 샐러드? ㅎㅎ

있는 거 다 모아서 만든 거니..

 

'걸뱅이 샐러드'라고 부르자.

 걸뱅이탕 처럼...ㅎㅎㅎ

 

 

케피르에도 고수를 듬뿍 넣고...

 

 

소금간을 약간하고 휘휘 저어 주니...

 

 

얼마전에 사서 마시다 한 잔 남아 있던

러시아산 파나고니아 메를로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따라 놓고서리...

식사준비 끝~

 

 

한국사람은 식사를 시작할 때,

국을 먼저 먹어야 해.

 

케피르는 우유가 요그르트로 변해가는 중간단계의 유제품으로

해먹는 집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오이, 당근, 삶은 달걀 흰자위 등을 넣고

전채로 먹는다.

 

과일과 볶은 견과류 혹은 볶은 잡곡을 넣는 집도 있다.

 

 

오이, 삶은 달걀, 고수, 파를 넣은 케피르...

 

 

처음엔 익숙치 않아 먹는데 고생했지만...

요즘은 타지키스탄이나 우즈벡 현지식을 먹을 때는 반드시 같이 먹는다.

김치 대신 유산균의 공급원으로...

 

특히 섭씨 50도를 넘나드는 더운 여름철 건강관리를 위해서

이곳 사람들이 즐겨 먹은 건강식품이다.

 

 

걸뱅이 샐러드 한 젓가락 집고 보니...

 

걸뱅이샐러드라 이름지은게 후회스럽다.

괜히 객지 생활이 서글퍼지는 것도 같고..

 

맛은 끝내 주는 구먼...

유자차를 넣어 그런지 향도 그만인데..

한 가지 결점은 좀 달달하다는 거야.

밀감에 유자차까지 넣었으니..

다음엔 꼭 유자차 대신 껍질 얇은 이곳 레몬을 써야지.

 

 

퍽퍽해 보이는 빵이지만 맛은 괜찮다.

이곳 사람들 주식이 빵이다 보니

정부의 가격 조정에 의해 빵 값은 아주 싸다.

 

보통 러시아 말로 리뾰쉬까라 불리우는 둥근 난을 많이들 먹지만

리뾰쉬까는 기름진 요리를 먹을 때 먹는 게 좋더라.

 

 

김치참치샐러드도 맛있지만...

이렇게 먹는 것도 꽤 괜찮네..

 

 

디저트로 먹는 밀감도 샐러드에 넣으니

설탕이나 꿀을 쓰는 것 보다는 밀감향이 좋아서...

또 고급스러워도 보이잖아?

 

 

샐러드 국물 맛은 어떨까?

참치통조림 국물에, 유자차, 토마토 즙, 올리브 오일 등이 섞여

참치의 비릿내는 수그러 들었고

과일풍미가 나는 진한 참치오일이 되었다고나 할 까?

빵에 찍어 먹는 맛이 참 좋다.

퍽퍽한 빵도 촉촉해 지고...^^

 

 

또 케피르를 떠 먹고..

 

 

이번엔 계란 흰자와 파가 걸렸네. ㅎㅎ

 

 

참치와 밀감이 어떻게 어울리느냐고?

참치통조림과 밀감만을 같이 먹으면 어떨지 몰라도

저렇게 믹스해 놓고 먹으니,

서로 궁합이 잘 맞네.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처음 왔을 때

모든 식탁에 토마토가 놓이는 것을 생소한 눈으로 바라봤었지.

 

특히,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토마토를 썰어 설탕을 듬뿍 뿌려 주시던 기억으로

토마토를 후식으로 먹는 과일 취급을 했었는데...

여기서는 완전한 야채 취급이다.

특히 언제나 양파와 같이 생으로 내 놓는다.

겨울철에는 토마토도 초절임으로 놓기도 하고...

 

3년이나 머무르는 동안 내 입맛도 많이 변했다.

고수에, 토마토에...^^

 

 

참치를 좀 더 충실하게 얹어서리...

향기로운 참치? ㅋㅋ

 

 

요거이 샐러드여? 디저트여?

 

 

다음날 아침거리를 위해 반은 남겨야지...

 

내 나이에 먹는 거 포스팅을 하는 유치함을 떠는 이유를 서울 지인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나마 이런 포스팅을 통해서 혼자 나와있지만 우리말을 사용할 수 있고

그것을 통해 향수.. 외로움.. 을 잊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