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에서 내 나라의 음식을 맛 본다는 건 참으로 혜택받은 일이다.
그것도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아구찜이라니...
요즘 해가 많이 길어졌다.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 있는 한국식당 중에 가장 오래된 식당이 '한국관'이다.
직영 농장에서 재배한 신선한 야채와 돼지고기는 정평이 난지 오래다.
게다가 이제는 찾는 손님 중에서 반 정도가 우즈베키스탄 현지인 손님 아니면 외국인 손님들이니
그동안 공들인 사장님 내외분의 정성의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리라.
조금만 늦어도 쓸만한 자리에 앉을 수 없으니 서둘어야지...
타쉬켄트의 한국식당들의 반찬은 식자재 수급의 문제 때문에 다 비슷비슷한데..
'한국관'에는 별미가 있으니, 바로 농장에서 직접 길러 담군 '열무김치'다.
그 깔끔하고 시원한 맛 때문에, '열무김치' 먹으러 '한국관' 간다고 할 정도다.
음식으로 부터 감동을 느낀다면 믿을까?
하지만 사실인 걸...
향수를 삭혀주는 '열무김치'
타쉬켄트에서 한국관의 열무김치를 먹으며 감동을 느끼지 않는 교민은 한국사람이 아니다.
여기서 접하기 쉬운 술이 보드카이니 자연 반주로 보드카를 많이 택하게 되는데...
'보드카가 반주로 하기에는 너무 독하니 묽게 만들어 먹어야 한다'는 교민친구의 괴변...ㅎㅎㅎ
드디어 나왔다. '아구찜'
히야~ 어제 아구가 한국에서 도착했다더니..
저 오동통한 살 좀 봐...ㅋㅋ
미나리에 콩나물에...
교민친구들 모두 입이 귀에 걸린다.
한국음식 보면 다른 생각이 나지 않으니...
나이를 처 먹으면 뭐하나.
아이가 따로 없다.
설명이 필요없지 않은가...
아구 한 점...
콩나물 한 젓가락 먹을 때 마다
아내 얼굴..
아이들 모습...
부모님의 덕담이 스쳐간다.
그리 먹고도 또 밥 한공기는 먹어야 한다.
스트레스 푸는데 밥만큼 도움이 되는 게 내게는 없다.
물론 반주로 마시고 있는 폭탄주도 좋지만...
몸 속 깊이 한국을 느끼게 해주는 밥...
오랜만의 진미에 감동하고...
고향의 맛에 감동하고...
작은 감동에도 눈물이 도는 걸 보면,
내가 늙어 가고 있는 게 확실해...
빨리 집에 가서 집사람을 부등켜 안고 싶다.
큰 놈의 노래를 듣고 싶다.
작은 놈의 제복 입은 모습을 보고 싶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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