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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돼지사골국 - 타쉬켄트 숙소

 

이슬람이 국교인 중앙아시아 일대의 국가에서 돼지고기를 구해 먹기는 힘들다.

 

내가 주로 있는 타지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도 마찬가지다.

타지키스탄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표현이 맞고,

우즈베키스탄에서는 그나마 한국교민이 운영하는 '한밭축산'이라는 정육점에서 구할 수 있다.

 

어찌 되었던 간에 구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군가 돼지를 사육한다는 이야기인데,

기르는 사람들은 주로 고려인이고, 일부 한국교민, 중국인들도 있단다.

아무리 이슬람국이라 하지만,

독립이전에 소련의 영향, 그리고 독립후 주재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수요 때문이다.

 

이슬람 교리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가르침은

마호메트 당시, 저장 기술이 발달되지 않은 더운 나라에서

쉬 상하는 돼지고기를 먹고 탈이 나는 사람들이 많았던 이유 때문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이곳 이슬람 신자들은

돼지가 욕심의 화신이며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무것이나 생각없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그릇된 대표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피하라는 것이라 한다.

 

얼마전 투르크메니스탄 아쉬하바드에 출장가서 가장 크다는 중국집에 갔을 때,

메뉴에 돼지고기 요리들이 있어서 주문했더니,

매니져 왈 "투르크메니스탄은 이슬람국이여서 돼지고기는 없습니다"

 

"그럼 왜 메뉴에 기록해 놓았는가?" 반문했더니...

대답이란 게... 내 참...

"식당주인이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중국식당 메뉴를 복사해 온 것입니다."

 

같이 출장갔던 동료들과 한 동안 배를 잡고 웃던 기억이 새롭다.

 

 

내가 좋아하는 돼지고기 요리는

구워먹는 삼겹살 보다는 돼지고기 수육과 김치...

순대국 보다는 칼슘이 풍부한 돼지사골국이다.

 

돼지사골국...

정확하게 이야기 해서 돼지고기를 팔고 남은 뼈 부분 들을 모두 넣고

푹 고아서 먹는...

또 이 돼지사골국은 여러 요리로 변신을 시킬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산후에.. 가벼운 사고 후에...

어혈과 스트레스를 풀고

칼슘을 공급하는데 이만한 게 없다.

 

주말에 여러요리를 해 먹으려고 금요일날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의 한국정육점 '한밭축산'에 부탁하여

갈비가 붙은 돼지등뼈와 사댕이를 합쳐서 2kg을 구했다.

 

이번 주말은 돼지사골로 행복할 것이다.

 

 

돼지뼈들을 찬 물에 한 시간 담구어 피를 빼고 깨끗이 씻은 뒤...

 

40분 정도 초벌 끓이기를 하고 나서,

끓인 국물은 모두 버리고,

뼈와 국을 끓이는 들통을 모두 다시 깨끗이 씻은 뒤...

 

뼈를 고을 때 냄새를 제거할 마늘과 생강을 준비한다.

생강의 양은 마늘 한 개 정도로 해서 너무 많지 않게 해야

나중에 국물에서 생강 냄새가 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뼈를 끓이기 위해

들통에 뼈를 넣고 물을 양 것 붇고

준비된 마늘과 생강을 넣고 끓이기 시작한다.

 

먼저 센 불에서 30분...

다음 중간 불에서 2 시간 정도 고으면,

훌륭한 돼지사골국이 완성된다.

 

국이 끓는 동안,

국에 넣어 먹을 마늘과 파를 다져 놓는다.

 

완성된 돼지사골국에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입에 맞게 소금과 후추 간을 하면...

밀양돼지국밥, 합천돼지국밥...

모두 저리 가라! ㅎㅎ

 

이 동네에선 고기를 부위별로 파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도끼로 마구 패서 팔기 때문에

고맙게도 이렇게 돼지등뼈에 갈비가 붙어 있다. ㅎㅎ

 

돼지등뼈도 이렇게 실하게 고기가 붙어 있다.

 

이 고소하고 부드럽고 소화잘 되는 돼지사골국을 

즐기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은 것이

내게는 큰 다행이다. ㅋㅋ

 

으이쿠...

너무 많이 먹었나?

 

어쨋든 금요일 저녁 밤잠을 줄여

돼지사골국을 들통 하나 가득 끓여 놓은 덕에

주말 내내 행복하게 생겼다.

 

 

토요일...

돼지사골국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음식인

돼지뼈김치찌게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김치를 약 100g 정도 냄비에 넣고,

참기름 몇 방울 떨구고,

약 5분 정도 달달 볶다가

미리 끓고 있는 돼지사골국을 넣고

태양초 고추가루를 한 큰술 넣는다.

 

매웁기를 조절하기 위해 나중에 고추가루를 넣으면

태양초 고추가루의 깊은 맛은 나지 않고

칼칼하기만 해지니

미리 고추가루를 넣어야 한다.

 

한 30 분 정도 끓고 나면,

양파 반 개, 마늘 파 다진 것들을 넣고 5분 정도 더 끓이면 완성된다.

 

온 세상에서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식 중에 하나가

돼지와 김치 커플임에 틀림없다. ^^

 

고소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스파이시한... ㅎㅎ

마치 크리미한 올드빈 메를로 한 모금 입에 물고 있는 것 같지 않은가...

큰 비약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리도 좋다.

 

잘 익어 투명해진 김치도 먹고...

 

돼지등뼈도 먹고..

 

사댕이는 물론...

 

이 처럼 화려하고 우아한 맛이 나는 김치찌게를 먹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아마 이북에 고향을 두고 있는 분들 아니면 이 맛을 아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토요일 내내 돼지뼈김치찌게로 행복했다. ㅎㅎ

 

 

일요일...

돼지사골국으로 만들 수 있는 은메달 요리...

감자탕을 준비했다.

 

미리 준비된 돼지사골국을 다시 끓이는 사이에

양파와 감자를 준비한다.

 

두 끼를 해결하기 위한 양이니

양파는 1개, 감자는 2개가 좋다.

감자는 주먹보다 크지 않은 놈을 선택하여

4등분 하는 게 제일 적당하다.

감자탕을 끓이는 사이에 감자가 부서지지 않아야

감자탕에 적당한 감자의 전분이 녹아 들어

깨끗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감자탕의 핵심 노우하우 중에 하나가

된장을 푸는 거다.

끓고 있는 사골국 한 국자를 떠서

거기에 된장 한 큰술을 풀고...

 

태양초 고추가루 한 큰 술, 후추, 파 마늘 다진 것들을 넣고 섞어

감자탕 양념을 준비한다.

 

한국에서는 우거지나 시래기등 감자탕에 넣을 야채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그런 것들이 없으므로 김치를 해결사로 동원한다.

 

김치를 냄비에 넣고

참기름 몇 방울 떨구고

한 5분간 달달 볶다가

준비된 양파와 마늘을 넣은 뒤..

 

 

돼지사골국을 양 것 올리고...

 

준비된 양념을 붇고...

이제 한 30~40분 정도 끓이면

그야말로 황제감자탕이 탄생한다.

 

감자탕이 끓는 동안 샐러드도 준비한다.

 

샐러드 만드는 법이야 정말 간단하다.

좋아하는 야채와 허브를 넣고.,.

좋아하는 양념을 넣고..

석석 비벼주면 끝~

 

감자탕이 잘 끓었네.

 

식사준비 끝~

 

흐뭇하지 않은가?

 

즐겁지 않은가?

 

반주도 한 잔 준비하고...

 

반주는 지난 가을 시장에서 발견한 산나무 열매들을 병에 넣고 보드카를 부어 둔 것.

색깔과 향이 그만이다.

보드카가 강하기 때문에 설탕을 넣지 않아

달지도 않고 입에 짝짝 붙는다.

 

 

고수, 민트,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맛이 없을 수 없지...

시원하고, 향긋하고, 쥬이시 하고... ㅋㅋ

 

감자탕을 먹는 순서는 감자 부터...ㅎㅎㅎ

 

한 숫갈 떠서 국물과 함께...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수 밖에 없다.

 

사댕이도 끝내주고...

 

이이쿠 왕건이...

살이 정말 보드랍고, 진하고, 고소하고...

 

마지막 방울토마토까지 먹기를 중단할 수 없다.

 

 

 

 

혼자 먹는 식사일 수록 화려해야 한다.

 

그래야 쓸쓸하지 않지...

 

 

 

돼지사골국을 이용한 금메달 요리는 단연 돼지뼈비지탕이다.

평남 강서 출신의 아버지께서 사랑하는 이 요리는

싱싱한 얼갈이 배추가 필요하고,

두부를 빼지 않은 곱게 갈은 비지가 필요하다.

 

두가지가 다 없으니 다음으로 미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