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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nner

순라길 (국산 홍어와 칠레산 홍어)

맛을 좋아하는 여러 이웃분들에게서 귀동냥으로 들어 왔던 '순라길'(02-3672-5513)을 지인들과 함께 갔습니다.

 

예약 없이는 갈 수 없다는 홍어집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보았기 때문에 더욱 궁금해 했던 차라

혀도 눈도 또 귀도 모두 긴장된 상태였습니다.

 

신중한(?) 메뉴판 검토 끝에 가격적으로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국산 홍어삼합'을 골랐죠.

 

일단 큼직하게 썰어 주어서 맘에 듭니다.

서울 사람들 입맛에 맛게 숙성시킨 정도의 홍어에요.

 

돼지고기 편육도 삼겹이 아닌 오겹입니다.

 

윤기가 도는 묵은지는 깊은 맛을 더 해 줍니다.

 

와인이 빠질 수 없죠.

샤또 생진 메를로는 작년 3월엔가 마셔보고 딱 일 년 만이네요.

탄닌이 많이 부드러워졌네요. 산미도 그렇고....

삼합에는 좀 밀리는 분위기에요...

 

국산홍어가 떨어가는 즈음에

지인께서 "국산 對 칠레산 비교시식을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당연히 찬성이지요.

오래간만에 먹는 질 좋은 홍어라서 양이 좀 모자르다 싶었었는데.. 히히~

 

색깔 부터가 완전히 다르죠?

화려하지만 가볍게 뜨는 듯한 핑크 빛이네요.

 

우리 것을 다시 볼 까요?

국산의 색깔은 점잖죠? 깊이가 있어요.

 

맛의 차이도 색깔의 차이와 같은 것 같아요.

국산은 우아하고(?) 깊은 맛이 길게 가지만,

칠레산은 처음에 화들짝 했다가는 뒤의 맛이 별로에요. 잡맛도 있고요.

홍어도 가격대로 가네요.

하지만, 칠레산이라도 뭐 매일 상위에 올릴 수 있는 경제적인 형편만 되었으면 좋겠어요. ^^*

 

앱니다. '애'라니까요.

저렇게 많이 매상을 올려 주었는데도, 딱 세 점 주더군요.

 

생진은 떨어지고 후속타로 꺄브드땅의 에르미따쥬 블랑 1999

와인이 너무 오일리 하다고 불평을 했었는데, 홍어와 함께하니 좋네요.

 

홍어집의 'one for the road'는 당연히 '홍어탕'이지요.

먹을까 말까 고민하는 우리의 심경을 잽싸게 알아차리신 아주머니께서

"세분이 조금씩 드실 수 있게 메뉴에는 없지만 2만원짜리로 해드릴께요."

선수는 다르다. 장사하는 선수말고... 먹는 선수 우리들... ㅎㅎ

싹싹 싹싹... "큰 거로 먹을 걸 그랬나?"

 

반찬으로 나온 간장돌게장도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쪽쪽~꽉꽉~...

 

제가 가져간 와인들도 아직 남아 있고 OOO사장님께서 모처에 와인을 맞겨 놓으셨다고 해서

할 수 없이(?) 2차를 따라 감.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져온 와인인데 이태리 이름들이 낭자하게(?) 적혀 있어요.

그래도 그쪽 와인치고는 잡맛이 없는 편이라서 가져왔죠.

 

그 날 그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께 블라인드 테이팅 숙제로 한 잔씩 서브.

당연히 아무도 못 맞추시죠...^^*

다들 우리가 풍기는 홍어냄새 핑계만...ㅋㅋ

 

1993년 산

 

쌩쥬리엥의

 

끌로뒤마끼

 

사실 1993년이 별로 좋은 빈티지 아니어서 상태가 안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삼합과 함께 하려고 가져 갔는데, 훌륭하기만 하네요.

다 살아 있어요. 아직 싱싱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구해 마실 수 있는 old vintage들의 품질은 역시 어느 빈티지냐가 문제가 아니고

누가 어떻게 보관하고 있었는가 하는 이력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와인은 갤러리아 명품관 지하 에노테카에서 세일 할 때 사 놓았는데 무척 좋더군요.

역시 에노테카 김진섭 점장께서 권하는 와인들은 틀림이 없어요.

 

저 코르크 위에 겹겹이 쌓인 세월의 흔적이 보이십니까? 

 

거의 2mm 정도의 두께로 쌓여 있네요.

 

콜크의 상태는 아직도 생생한 편입니다.

 

'93 끌로뒤마끼의 콜크와 비교해 보아도 그 연륜의 테가 완전히 다르죠?

 

 

주인공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1977년 산이라 시음적기가 지났으리라 생각했는데 (특히 RP가 그러죠)

약간의 소다향과 색에서 투명도가 떨어지는 점을 제외하고는 너무 좋은 것 있죠?

30년의 세월을 이야기 합니다.

가죽향으로 시작해서 코코아 약간의 체리...꿀?

질감과 밸런스는 말할 나위 없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서 탄닌이 살아납니다.

여운에서 느껴지는 이 우아함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부드러운면서도 긴장감이 살아 있는...

침이 마를 줄 몰라 옆의 와인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요. 침 튈까봐 ㅎㅎㅎ

 

 

또 다른 와인친구 분들이 맛있는 안주를 가지고 합류하셨네요.

닭꼬치구이, 맛도 맛입니다만 씹는 재미가 아주 좋아요.

 

와인친구분들도 꼬치집에서 와인을 드시고 계셨데요.

르끄뉴와 레스뻴레린은 요즘 인기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많은 양의 와인을 마셔서 취기가 올라 집을 제대로 못찾아 갈 것 같은 걱정이 생기면

 

'one for the Road'로 샴페인 한 잔이 딱 좋죠.

정신이 나고 (물론 잠시 동안이기는 하지만 ㅋㅋ)

앞에 마신 여러 와인과 안주의 잔재를 싹~ 씻어 주요.

 

 

이 날도 대장정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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