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즈베키스탄에서 서둘러 넘어 오느라 김치 사오는 걸 잊었다."
"저녁엔 뭘 해먹을꼬?"
국경에서 후잔드 사무실로 달려가는 차안에서 생각난다는 게 도데체...
일에 대한 걱정 보다 먹는 걱정이 더 심한 곳이 타지키스탄이다.
타지키스탄 전체를 합쳐 한국교민이 100명 정도...
그것도 수도인 두샨베에 70여명...
내가 일하는 후잔드에 20여명...
대부분이 봉사를 목적으로 나오신 선교사 가족분들이고...
자연이 한국식당은 없고...
한국 식자재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여서
대부분 이웃나라인 우즈베키스탄 타쉬켄트에 가서 한국식자재들을 구해온다.
우즈베키스탄에는 한국교민이 약 1700명 정도 있으니
작지만 시장도 형성되고, 그래서 한국식자재들이 다소나마 있는 편이다.
어쨋든...
최근 陸, 海 요리들은 꽤 먹었으니,
오늘은 空軍을 선택한다.
오랜만에 닭칼국수...
"아줌마 가서 영계 한 마리 사와요."
오늘은 아줌마가 장을 제법 풍부하게 보아 왔다.
중닭을 깨끗이 씻어 놓고...
닭을 끓일 때 넣을 마늘을 준비하는데...
시장에 마늘대는 있어도 마늘은 없단다.
할 수 없지...
마늘대로 대신...
끓고 있는 물에 닭과 마늘대를 넣고...
한 40분 끓여 주면 기본 닭국물은 완성될 거다.
김치가 없으니 야채로 뭘 만들어 먹어야지.
오이, 양파, 마늘대, 토마토, 고수를
중간 중간 소금, 후주 간을 하며 넣고...
우유와 요구르트의 중간인 유산균 풍부한 케피르를...
야채 위에 부어준다.
이렇게 놔두면 소금과 후추 간이 야채와 케피르에 잘 배겠지.
40분이 지나 닭이 익은 상태를 보기 위해 젓가락으로 찔러 보았더니
껍질도 뚫지 못한다.
또 전기가 말썽이다.
가스공급이 되지 않는 후잔드에서 전기곤로를 쓰는데
전압이 낮아 이 지경이다.
닭을 뒤집어 더 끓여야겠다.
닭을 더 끓이는 동안 칼국수 양념을 준비한다.
마늘대 한 개, 파 두 뿌리, 양파 반 개, 고수 잎 1/3 단을 다듬어 넣고
태양초 고추가루 한 큰술, 국간장 한 큰술, 진간장 5 큰술, 참기름 한 큰 술, 후추 약간을 넣은 뒤,
잘 섞어 주면 양념 준비 끝~
양념을 준비한 뒤, 칼국수 삶을 물을 올린다.
물이 끓으면 칼국수 투하!
낮은 전기불 때문에 닭 삼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배가 고픈 관계로...
2 인분...ㅎㅎ
4~5분 삶는 국수이니 3분 정도 삶은 뒤,
물을 버리고...
잘 끓고 있는 닭 국물을...
닭고기와 함께 칼국수에 부어 준다.
원래 깔끔하게 먹으려면,
칼국수를 삶기 전에 익은 닭을 건져서,
살을 발려내어 고명간을 해서
마지막에 고명으로 얹어야 하지만,
35년 전 '명동칼국수'의 닭칼국수에 왕건이들이 들어 있던 생각도 나고,
배고파 닭고기 고명 만들 시간도 없고 해서리...
그냥 푹 익은 닭을 국자로 푹푹 꺼서 끓는 국물과 함께 국수에 얹고,
약 2분 정도 더 끓여 준다.
자... 식사준비 완료!
참, 칼국수 양념을 얹기 전에 소금과 후주로 기본간을 심심하게 한 뒤,
칼국수 양념을 얹고...
오늘은 김치가 없어 컬컬하게 먹기 위해 양념을 조금 많이 얹었다.
휘휘 섞어서리...
먹을 준비... ㅎㅎㅎ
국수가 터어키산 국수인데 탱탱하네...ㅋ
너무 퍼지지도 않았고...
너무 꼬들거리지도 않고...
낮은 전기불에도 운 좋게 잘 삶아졌네.
닭봉도 먹고...
가슴살도 먹어주고...
김치가 없어 준비한 야채케피르도 먹어야지..
고수 싫어하는 사람들 여기 오면 매일 굶을 수 밖에 없을 걸?
토마토 싫어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난 이것들을 한국에서 좋아했던가?
여기 나와 적응된 거지....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하고...
난생 처음 케피르를 먹던 날이 생각난다.
우유도 아닌 것이, 요구르트도 아닌 것이...
시큼하고, 요구르트 만큼은 아니지만 우유보다 걸쭉하고...
거기에 고수까지 넣어 주니.. 윽 비려서...
하지만 야채가 다양하지 못하니
건강을 지키기 위해 꾹 참고 먹던 기억...
같이 먹는 사람이 없으니,
식사하면서 온갓 생각이 다 든다.
오라는 다른 회사 들을 다 뿌리치고...
도데체 왜 이곳으로 나오기로 결정했었는지...
명예가 그리도 중요했는지...
몇 번의 귀국 연기...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 터져나오고...
도데체 이 인연의 끝은 어디인지...
이 악연은 국수가락 만큼 길고도 길다.
누가 뭐라든 돌아 가버릴 수도 있지만...
인연의 끝은 cool 해야 한다.
센치해져서 그런가
사진기도 말을 잘 듣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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